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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수술, 비중격만곡증 수술 후기

엉클샘 발행일 : 2018-08-07

비염수술




때는 바야흐로 2017년 봄. 어느 날 심한 감기로 인해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코를 살펴본 병원 의사가 말하길 감기도 감기지만 콧 속 안에 비중격이 휘어 있다고 합니다. 그 때 알았드랬죠. 알레르기 비염인 줄 알고 여지껏 참으며 살았는데 콧 속 안에 콧뼈가 휘어서 그랬던거라니..


저의 비염역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 때부터 15년 이상 지속됩니다. 처음 시작은 고등학교2 학년때 10월 야간자율학습 때 였죠. 조금 추웠는데 어느 날 코 뿐만아니라 왼쪽 얼굴 반쪽이 마비가 올 정도로 아팠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감기약을 처방해 줬고 저도 감기인 줄 알고 약만 먹고 버텼더랬죠.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차도가 없어 아버지와 함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러 갔는데, 놔주라는 침은 안 놔주고 몸에 허해서 그렇다며 비싼 약 한 달치만 지어 주었죠. 그래도 믿고 먹었는데 결국 또 한 달이 넘도록 두통이 낳지를 않아 조금 큰 이비인후과를 다시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비염진단을 받았죠. 


두 달동안 코 때문에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냄새를 못 맡아도 좋으니 수술을 해달라고 의사 선생님에게 애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치료 경과를 지켜보자며 수술에 대해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당시 수술은 입 안쪽 윗 부분을 뒤집어 까서 콧속 뼈를 긁어내는 무식한 방식의 수술이었죠. 그래서 수술하고 나면 냄새를 못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안 하길 다행인듯.. -_-;;


어쨌든 이비인후과 병원 치료를 한 달 간 받으면서 코가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이비인후과를 안 다녔죠. 문제는 그 일이 있은 3~4년 후부터 찬 공기에 강한 두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낮잠을 잘 때마다 두통이 생겨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죠. 문제는 이게 두통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끔은 밤에도 찬공기에 코로 숨쉬며 자면 두통이 생겨 그 날은 하루 종일 괴롭게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잘 때 이불을 코까지 덮고 자는 것입니다. 처음 며칠은 답답해서 잠을 잘 못잤는데 코 아픈게 더 괴로우니 어느 순간 익숙해졌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생활을 해왔더랬죠... 생각하니까 제 자신이 불쌍하네요. 정말 찬 공기에 1시간만 있어도 머리가 아파서 찬 공기 공포증까지 생겼었습니다. 그 더운 한 여름에도 실내에 에어컨이 켜져 있으면 한 시간이상 실내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워도 에어컨 보다는 선풍기를 많이 켰었죠. 전 비염 환자들은 다 이렇게 생활하는 줄 알았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올해 봄에 감기로 인해 이비인후과를 갔을 때 의사선생님의 한 마디로 충격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비염 때문에 아니라 비중격만곡증이라는 콧 속 뼈가 휜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콧 속 뼈가 휘어 한 쪽의 숨구멍을 얇게 만들어 공기가 잘 들어가지 못해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져 두통이 생기는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뭔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비염은 완치가 안 되는 병이라 평생 찬 공기에 두통을 달고 살아야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지만 해결 방법이 생기니 굳이 기달리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로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날짜를 잡아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전신마취는 안 하고 코만 부분 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수술은 수술인지라 긴장이 되더군요. 수술대에 누워 얼굴을 가리고 코 부분만 뚫린 커버를 쓴 채 대기했습니다. 처음에 콧 속에 마취약을 적신 솜을 넣어놓고 기다렸다가 마취주사를 또 따로 놓습니다. 마취주사를 놓을 때 콧 뼈가 '찡' 하는 느낌이 나는데 사실은 그 때 빼고는 고통은 별로 없습니다. 그 때의 느낌을 설명하자면 엄지 손톱 위를 날카로운 것으로 힘차게 누르는 느낌.. -_-;;; 마취주사를 맞고 나면 감각이 없어서 살을 째고 휘어진 뼈를 깎고 하는 일은 그냥 그런가보다 합니다. 그리고 비중격 교정과 더불어 고주파로 부어있는 콧 속을 지져서 부피를 줄여주었습니다. 


누워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지 실제 수술은 5분도 안 되어 금방 끝나고 상처를 꿰메었습니다. 그리고 입원실에서 3시간 정도 누워 링거를 맞고 퇴원을 하였죠. 비염 수술 하기전에 후기를 많이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고통은 순간이고 그 뒤로는 편하실 겁니다. 아마도..? 여기서 비염 수술은 끝이 납니다.


그러나 비염은 수술보다 수술 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수술 후 잘 쉬지 않으시면 큰일납니다. 저 같은 경우 수술날이 선거일이었는데 수술하고 당일 바로 퇴원하고 다음날 아침에 솜을 뺐습니다. 코에 솜을 끼우고 잠을 자서 많이 답답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인터넷 후기들 보면 솜을 뺄때 눈알이 빠져나오는 것 같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게 전혀 없었네요. 가볍게 뺐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건지 제가 다닌 병원이 잘한건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아침에 솜을 빼고 바로 일하러 회사에 갔습니다. 수술 후 코로 숨이 잘 쉬어지고 자고나도 두통이 없어져서 행복에 빠져있었죠. 아침 저녁으로 코 세척도 하며 잘 지내고 있었는데 콧 속 실밥을 풀고 일주일 후 갑자기 급성 축농증에 걸려 버렸습니다. 수술 후 잘 쉬지를 않아 면역력이 약해져 급성 축농증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정말 그 뒤로는 다시 끔찍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급성축농증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ㅠㅠ 머리 멍멍한거는 기본이고 두통에 안면 통증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정말 힘들었죠. 비염 수술보다 수술 후 급성축농증으로 인해 고생을 훨씬 많이 했습니다. 항생제를 먹어도 낫지를 않아 2주 뒤에 다른 항생제로 바꿨고, 그래도 안 나아서 결국 다른 병원에 가서도 항생제를 먹게 되었습니다. 근 두 달간 항생제를 먹은 것 같네요. -_-;; 아마 제 몸에는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들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수술하신 분들은 많이 쉬시고 최대한 잠을 많이 자세요. 특히 잠을 많이 주무셔야 잘 낫습니다. 영양제 있으시면 잘 챙겨드시고요. 저는 잠도 잘 못자고 피로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급성축농증에 걸렸을 때는 수술을 후회했었는데 다 지난간 지금은 수술한 걸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낮잠도 두통없이 잘 자고 삶에서 걱정이 한 가지 줄어든 느낌입니다. 달고 살던 지병이 나은 느낌이라 생각할 수록 수술은 잘했다고 생각되네요. 단순히 비염 때문이 아니라 비중격이 휘어서 고통받으시는 분들은 바로 수술하세요. 비중격이 휜 것은 약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 비염으로 두통이 생기시는 분들은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찰받아보시고 치료하세요. 삶의 질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집니다.


참고로 비중격만곡증은 실비보험 적용이 됩니다.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으시면 수술비를 환급받으실 수 있으니 꼭 신청하세요. 간혹 병원에서 비중격만곡증 수술할 때 미용 차원에서 코 성형을 권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용을 위한 수술에는 실비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실비보험 적용받으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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