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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을 했는데 미란성위염..

엉클샘 발행일 : 2019-01-18


몇 년만에 또 다시 위 내시경을 했습니다. 명치가 콕콕 쑤시고 속이 더부룩했는데 일주일동안 낫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병원에 위내시경을 예약하려고 전화를 했더랬습니다. 아주 큰 병원은 아니고 중간크기의 종합병원이었는데 예약이 따로 필요없더군요. 전 날 9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말고, 물도 마시지 말고 오면 된다고 하길래 전날 8시쯤에 마지막으로 불닭볶음면을 끓여먹고 맥주 한 병을 마신다음 9시 딱 돼서 식사를 멈췄습니다. (아.. 나란 사람 너무 칼 같아서 반할 것 같네요. -_-;;) 아마 당분간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예견한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이 되서야 내가 어제 왜 불닭을 먹었을까하는 후회와 함께 쓰린 속을 부여잡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침9시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접수 및 수속은 빨랐습니다. 병원으로 가기전에 수면으로 할까 생으로 그냥할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가격 문제도 있고, 전에 한 번 생으로 해봤으니 괜찮을 것 같아서 생으로 위내시경을 접수했습니다.


가격은 그냥 위내시경은 4만5천원이고, 수면은 8만7천원인가 하더군요. 4년전인가 위내시경을 받았을 때는 2만5천원이었는데 많이 올랐습니다. ㅠ_ㅠ 5만원이면 수면내시경 하는 줄 알았더니..


어쨌든 수면 말고 그냥 위내시경으로 접수를 하고 혈압을 쟀습니다. 그리고 피를 뽑더군요. 피 검사까지 하는 모양입니다. 생각지 못한 출혈 위기에 당황하고 있으니 간호사가 얼른 앉으라고 재촉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피 한 통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피를 뽑은 후 간호사가 링거 바늘을 그대로 두더니 뚜껑만 닫더군요. 의아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심전도실에 가서 배를 까고 심전도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이라서 그런지 심전도실이 엄청 춥더군요. 창문도 살짝 열려 있어서 영하의 찬바람이 솔솔 들어왔습니다. 기구도 차가와서 맨살에 심전도 기구가 닿을 때마다 살짝살짝 신음소리가 나왔습니다. 간호사분이 이상하게 봤을 듯.. -_-;;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상하게 심전도 검사만 하면 수치심이 드네요. ㅋ


한 10분동안 이상한 액체를 입에 머금은 후 내시경 검사실에 들어가려는데 한 간호사가 왼쪽 팔에 꽂혀있는 바늘을 보더니 수면내시경이냐고 묻더군요. 알고 봤더니 수면내시경 환자만 하는 바늘이었습니다. 수면내시경 아니라고 빼 달라고 했는데 혹시나 모르니 꽂고 하자더군요. 하다가 힘들면 수면으로 바꿀 수 있으니 그냥 두자고 합니다. 저는 그럴리 없으니 귀찮다고 바로 빼달라고 했지만 금방 한다고 그냥 하자더군요. 한 번 더 강하게 말해볼까하다가 귀찮아서 순한 양처럼 그냥 했습니다. 


드디어 내시경 실 침대에 누웠습니다. 전에도 한 번 해봤던터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을 가졌더랬죠. 그런데 간호사가 어깨에 힘 좀 빼라고 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내심 긴장하고 있었나 봅니다. 옆으로 누워서 개구기를 입에 물고 있으니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모를 남자분이 손가락 만한 호스를 들고 옵니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호스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입으로 호스가 들어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했더랬죠. 두꺼운 호스가 목구멍에 끼어서 헐떡대고 있는데 "꿀떡 삼키세요" 라고 간호사가 재촉하더군요. 억지로 컥컥대며 삼켰더니 어느새 왼쪽 눈가로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눈물과 함께 침도 같이 흐르더군요. 저는 이 상황에 대해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_ㅠ


이윽고 내시경 호스가 목구멍을 지나 위장을 구석구석 후비는 느낌이 났습니다. 조금 있으면 끝나겠지라고 위안하며 참고 있는데 안에서 갑자기 가스가 나오더니 트름이 나왔습니다. 호스를 낀 채로 트름을 두어번 했는데 참으로 민망하더군요. 다시 한 번 아무 생각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의사가 발로 버튼을 누르면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난 후 드디어 내시경이 끝났습니다. 호스가 입으로 들어가고 1분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결과는 또다시 4년전과 같은 미란성위염, 그리고 급체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트름이 나온듯하네요. 의사 선생님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마음같아서는 이틀동안 흰 죽에 간장 조금만 타서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강하게 말씀안 하신 것으로 봐서는 그냥 평소처럼 먹어도 되는 것 같습니다. -_-;; 설마 죽지는 않겠죠.) 


오늘 내시경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냥 다음에는 돈 더주고 수면 내시경으로 하자.-_ㅠ 전과 달리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네요. 금방 끝나긴 했는데 차라리 돈 더 주고 편하게 내시경 받고, 잠도 자고 하는게 훨씬 편할 것 같습니다. 본인의 추한 모습도 안 보이니 정신적 데미지도 입지 않을테지요. 


간호사 분이 그러는데 위내시경이 쉬울 때가 있고 힘들 때가 있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오늘 위내시경 쉬웠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또 쉬울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몸 상태에 따라서 죽을만큼 힘들수도 있습니다. 판단은 본인의 몫이지만 저는 다음부터 수면내시경 하는 걸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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