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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청소부가 된 평화의 상징 비둘기

엉클샘 발행일 : 2018-10-30

거리의 청소부가 된 평화의 상징

비둘기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나왔는데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조찬파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 날밤 누군가가 부쳐놓은 길거리 빈대떡에 둥글게 모여앉아 한 자리씩 차지하고 배를 불리고 있었죠.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왜 길바닥 청소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성경에서는 성령의 임하심이 비둘기로 표현되었고 각종 올림픽에서는 평화의 상징으로 개회식 때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기도 했었죠. 신성하고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비둘기들은 도심에서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천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생활하다보니 어느샌가 그 수가 불어나 동내 똥개 마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동물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도 주고 손 위나 어깨에 비둘기가 올라타도 좋다고 사진찍고 하던 때가 있었죠. 그러나 겉은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 비둘기가 사실은 세균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비둘기가 옆에서 날개를 퍼덕이기만 해도 기겁을 하고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비둘기 날개 안에 세균이 500마리가 서식한다는 무시무시한 사실! 게다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습성 때문에 위압감이 더해지니 이제는 비둘기가 더 이상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아니게 되었죠.


요즘은 어느 도시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녀보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걸린 현수막은 하나씩 눈에 띄기 마련이죠. 평화의 상징에서 동네 애물단지가 된 비둘기... 이제는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아직까지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전문적으로 도심의 비둘기들을 잡아 들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아마 우리나라도 조만간 비둘기잡이 전문직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비둘기들은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바닥까지 그 위상이 떨어졌습니다. 마치 옛날 동내 똥개가 쓰레기통을 뒤지며 똥까지 주워먹던 그 모습과 흡사해졌습니다. 한 때 고귀한 이미지였으나 지금은 대놓고 길바닥에서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한면에서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에 울고 웃는 비둘기가 측은해지기도 했습니다. 거리의 청소부로 나 앉게된 그들은 언제쯤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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